한국소설책 소개) 소금 - 박범신 - 지식저장소

한국소설책 소개) 소금 -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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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책
소금
박범신

추천 ●●●●

 

아빠 생각이 사무치게 많이 나던 책.

세상의 아버지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시인은 과연 시우와의 아이를 인정하고, 아빠가 된 걸까??? 된 거 겠지?

그랬으니 다시 만난거라 생각해야겠다.

 

 

 

 [ MEMO ] 

◎ 바람도 햇빛도 원만한 날씨였다.

 

◎ 무기력은 여전히 내 몸을 제 숙주로 삼고 있었다.

 

◎ 전에 없이 날카롭고 성마른 표정이었다.  

 

◎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몸단장, ,마음단장, 놓치면 안 돼!" 어머니는 늘 말했다. 세상은 무너지는 사람을 붙잡아주지 않는다는 게 어머니의 지론이었다. 무너지는 사람을 보면 더 밀어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세상인심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설령 죽을 만큼 배가 고파도 뱃속 허기가 내는 비명 소리를 헛기침으로나마 단호히 감출 것이며, 외로워도 눈물 나도 사람들과 눈이고, 화가 머리 꼭대기를 뚫고 솟아도 오늘과 내일을 고려한 비즈니스 전략을 버려선 안 된다고 어머니는 가르쳤다. 아버지의 문제가 있다면 그런 것들을 능수능란하게 하지 못하는, 바로 그 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번 기우뚱하고 나자, 어머니는 젖은 창호지처럼 무너졌다. 아버지가 없어졌다는 사실보다, 아버지가 없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일을 보는 것이 시우와 어머니들에겐 오히려 더 충격적이었다.

 

◎ 새우의 내장에는 강력한 소화효소가 많아 육질을 빠르게 분해해내기 때문에 되지고기 등을 먹을 땐 새우젓을 얹어 먹는 게 관행처럼 되었다.

 

◎ 부두에서의 일용직이 어떤 직업인지 그때 나는 잘 몰랐다. 자신보다 어린 작업 감독에게 뺨을 맞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본래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막걸리 반 잔을 마시고도 온몸이 벌게지는 체질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째보선창에선 중독자가 됐다.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막걸리를 아버지 얼굴에 끼얹은 '오야지'까지 있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다. 약골인 아버지는 계속 짐을 져야 했던 부도 노동에 잘 맞지 않았다. 힘에 부쳐 비틀거리면 동료들은 "벼엉신!"이라 손가락질했고, 술상 앞에서 머뭇거리면 "계집애냐"고 야유를 했다. 아버지는 그래서 못 마시는 술에 자신을 몽땅 걸어 기꺼이 저당 잡혔다. 일하러 가는 걸 마다하지 않는 게 그나마 신기했다. 술에 찌들어 살면서도 아버지는 보통 새벽 2시에 일어나 어김없이 부두로 나갔다. 길은 그것뿐이었다. 허리와 어깨는 늘 파스로 도배가 돼 있었고 얼굴은 새카맣게 탔으며 눈은 떼꾼했다. 패전을 실감하면서, 퇴로가 없어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전사처럼, 아버지는 그렇게 부도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취해 있었고, 취하면 노상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 중얼거렸다. 그것이 굴욕을 견디는 아버지의 마지막 힘이었다.

 

◎ 서울은 이른바 문화의 드높은 '중심'이고 소비자본의 아름다운 '첨단'이나, 동시에 갈 길 모르는 망명자들의 감미로운 '피난처'이기도 했다.

 

◎ "내가 어떻게 견뎠는 줄 알아요?" 그녀는 말했다. "아빠가 살아 있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요.

 

◎ 모든 아버지가 다 그래. 늙으면 무조건 버림받게 돼 있어. 과실을 따올 때 겨우 아버지, 아버지 하는거라고. 둘러봐. 아버지가 번 돈으로 술 마시는 쟤네들, 쟤들 머릿속에 지금 늙어가는 아버지들이 들어 있겠어?"

 

◎ 가난한 것이 오히려 낭만적으로 보인 적도 있었다. 가령 영인은 늘 같은 청바지만 입고 다녔는데, 내가 왜 그 청바지만 입느냐 묻자 청바지가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도 영인의 기타 연주는 언제나 최고였다. 빌딩의 유리닦이로 일하는 아버지를 위해 저녁마다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는 영인의 말은 감동적이었다.

 

◎ 고아가 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제일 먼저 실감한 것은 언니들과의 관계였다. 낮에는 빚쟁이들이 집 안을 휩쓸어 가고 밤이 되면 세 자매 스스로 서로 상처를 뒤집고 할퀴면서 서로를 물고 늘어졌다.

 빌라는 선장이 없는, 가장 참혹한 난파선이 되었다.

 

◎ "너도… … 네 길이 있다면 나를 두고 나가. 나도 내 길이 생기면 … 큰언니처럼 … 널 버리고 갈거야 …." 언니가 울면서 말했다. 옆방 남자가 조용히 하라고 또 벽을 두들겼다.

작은 언니는 충동적이었지만 활달했고, 감성적이었지만 때로는 터무니없이 용감했다.

 

◎ 어떤 부류의 젊은 저들은 고아가 되는 게 단지 부모가 획득해 오는 과실이나 사냥감을 잃는 일이라고 착각할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단호히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잃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작파 : 무엇을 부수어 버림.

  시나브로 : (부사)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ex) 일은 물론 아침밥도 작파한 채 모여 선 염부들의 흐린 눈동자에 손수건만 한 구름 떼가 시나브로 지나갔다.

 

도담하다 : 야무지고 탐스럽다.

ex) 생일 파티는 화기애애하고 도담했다.

 

을씨년스러다 : 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

 

예닐곱 : 여섯이나 일곱쯤 되는 수.

ex) 예닐곱 살이

 

☞ 떼꾼하다 : 눈이 쏙 들어가고 생기가 없다.

ex) 눈은 떼꾼했다.

 

환란 : 근심과 재앙을 통틀어 이르는 말.

 

불문가지 : 묻지 아니하여도 알 수 있음.

 

신열 : 병으로 인하여 오르는 몸의 열.

 

미상불 : 아닌 게 아니라 과연.

 

고양되다 : 정신이나 기분 따위가 복돋워져 높아지다.

 

전광석화 : 번갯불이나 부싯돌의 불이 번쩍거리는 것과 같이 매우 짧은 시간이나 매우 재빠른 움직임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

 

해소 : 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태를 해결하여 없애 버림.

 

의뭉하다 : 겉 으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는 엉큼하다.

 

대거리 : 상대편에게 맞서서 대듦.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대동소이 : 큰 차이 없이 거의 같음.

 

옥양목 : 생목보다 발이 고운 무명. 빛이 희고 얇다.

 

자조 : 자기를 비웃음.

ex) 자신의 지난 삶에 자조의 심정을 가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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