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 지식저장소

소설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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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숲 에디션)
“책과 서점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깊이 있게 펼쳐진다.”(소설가 김금희 심사평) 서울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동네의 후미진 골목길.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 가정집들 사이에 평범한 동네 서점 하나가 들어선다. 바로 휴남동 서점!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얼굴에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는 서점 주인 영주는 처음 몇 달간은 자신이 손님인 듯 일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둘 되찾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소진되고 텅 빈 것만 같았던 내면의 느낌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자신이 꽤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그 순간부터 휴남동 서점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된다. 사람이 모이고 감정이 모이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으로. 바리스타 민준, 로스팅 업체 대표 지미, 작가 승우, 단골손님 정서, 사는 게 재미없는 고등학생 민철과 그의 엄마 희주 등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을 안식처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고 있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가득한 책이다.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등. 출간 즉시 전자책 TOP 10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많은 독자의 찬사를 받은 소설이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침내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저자
황보름
출판
클레이하우스
출판일
2022.01.17
소설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추천 ●●●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가 아닌 내 주위 어딘가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소재라 잔잔하게 읽었던 거 같다.
소설의 주 배경인 휴남동서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도 매일 가고 싶다. 허헣

350페이지가 넘는 소설로 짧지만은 않았지만
작가님의 문체가 다정다감하면서 어휘 표현이 쉽다 보니
읽으면서 머리가 아프기보단 정서적으로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 강했던 소설이었다.

그러나 나같이 추리소설이나 복잡한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따분할 수도 있겠다 싶다.

현재 삶에서 휴식, 쉼이 필요하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할게요 : )



[ MEMO ]

"그러고 보면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 한없이 몸이 꺼지더라고. 기운도 없고. 민철이 낳고 한동안 병자처럼 살았던 것 같아. 뭐, 병자가 맞긴 했지. 몸 영기저기가 다 아팠으니까. 그런데 몸이 아픈 건 이해가 가는데, 마음이 왜 아픈지를 모르겠는 거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
"커피 나왔어요."
영주가 뚜껑을 닫으려 하자 민철 엄마가 필요 없다며 컵에 빨대를 꽂고는 카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영주도 민철 엄마 맞은편에 앉았다.
"병자였는데 병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아픈 걸 말하지 못하는 게 억울해서 밤마다 울었어. 만약 그때 나도 영주 사장처럼 맥없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을 거야. 나 정말 오래 울었어.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보면 더디게 나아."

혼자라서, 외로워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혼자라서 자유로울 수 있고, 외로워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독서에도 타이밍이란 것이 존재하니까.

이후에 흐르는 정적. 영주는 이제 이 정적이 편안하다. 타인과 한 공간에 함께 있는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쁘기까지 하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데도 말을 한다는 건, 물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느라 자기 자신은 배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억지로 있는 말 없는 말 다 꺼내놓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공허해지고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영주는 민준과 한 공간을 사용하며, 침묵이 나와 타인을 함께 배려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어느 누구도 상대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의 자연스러운 고요에 익숙해지는 법 또한 배웠다.

독서하는 TIP

책을 안 읽다가 읽으려다 보니 집중하기가 어렵거든요. 자꾸 딴진하게 돼요. 전 그럴 땐 스마트폰 타이머 앱을 맞춰놓고 읽어요. 기본은 20분 타이머가 울리기 전가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책만 읽자, 생각하고 읽으면 돼요. 제약이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긴장이 우리를 집중하게 하는거죠. 20분이 지났다면? 선택하면 돼요. 오늘은 20분 읽었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으면 그만 읽고 즐겁게 다른 일 하시고요, 조금 더 읽자 싶으면 타이머 한 번 더 돌리면 돼요. 타이머를 세 번만 돌려도 한 시간이에요. 우리 하루에 타이머 세번만 돌려봐요. 하루 한 시간 독서는 이렇게 달성된답니다.

"그냥 요즘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나라는 존재가 나에게나 좋지 남에게는 정말 영 아니다, 라고요. 가끔은 나라는 존재가 나에게도 썩 좋지 않긴 한데, 그래도 참은 만은 하거든요, 난."
"너도 참 문제다."
지미가 팔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 앉았다.
"이 세상에 안 그런 사람이어딨어? 나라고 뭐 남에게 그리 좋은 사람이겠어? 내가 이 생각 하나 붙잡고 지금껏 버텨오고 있는 거잖아. 내가 그 사람을 못 견뎌 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날 못 견뎌하는 건 아닐까. 피장파장 아닐까."

"엄마."
"왜?"
민준이 제 자신에게 말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꼭 뛰어야 하나."
"뭐?"
"난 지금도 괜찮아."
"괜찮긴 뭐가! 에휴, 엄마가 속상해서 잠이 안 온 지가……. 너 거기서 그러고 있는 거 생각하면, 아주! 너 대학 다닐 때 공부에만 전념하게 했어야 했나 얼마나 후회되는 줄 알아? 넌 그때도 괜찮다고만 했어. 난 진짜 괜찮은 줄 알았지!"
엄마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자 민준은 미안해졌다. 그래서 자기는 공부에만 전념하지 못했던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현명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만 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고 광신하느라 이 방법이 맞나 고려해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하나의 길만 믿고 달려오느라 다른 길도 있음을 헤아려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 급하지 않다고 미뤄두었던 일들이 오늘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되었다.

"어른인 척 살고 있었는데 실은 어른이 아니었더라고요. 엄마 말 한마디에 지금 무지 위축된 상태예요. 보이지도 않던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 기분이 들어요. 문제는, 일어날 순 있겠는데 일어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부모님이 나한테 실망하면 어쩌지, 앞으론 다시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래서 여기서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게 부모님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내가 지금 살아가는 삶이 부모님이 내게 원하던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영주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 민준에게 물었다.
"네…….. 그래서 요즘 전, 난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기엔 너무 유약한 인간이구나. 하면서 스스로한테 실망하고 있는 중이에요."
"독립적인 개인이 되고 싶어요?"
"어렸을 적에 막연하게 꾼 꿈이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특정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의사든 변호사든 딱히 별로요. 성공하거나, 유명해지거나 그런 걸 바란 적도 없고요. 뭐, 그냥. 안정적으로 살면 좋겠다 정도. 인정받으면 좋겠다 정도. 그러면서 막연히 꿈꾸던 게 독립적인 개인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멋있네요, 그런 꿈."
"전혀요. 제대로 꿈을 꿀 줄도 몰랐던 것 같아요."

"만족하긴 해요. 그런데 그냥…… 꿈이 다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도 아니지만, 꿈을 이뤘다고 마냥 행복해지기엔 삶이 복잡하다는 느낌? 뭐 그런 느낌이에요."
민준은 신발 끝을 바라보며 고개를 작게 주억거렸다. 마냥 행복해지기엔 삶이 좀 복잡하다는 느낌. 영주가 한 말을곱씹어봤다. 삶은 원래 복잡한 것. 어쩌면 민준은 원래 복잡한 삶을 단순명료 깔끔하게 정리하려 해, 요즘 이렇게 괴로운 건지 모르겠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니 받아들이기. 자책하지 말기. 슬퍼하지 말기. 당당해지기. 나는 몇 년째 이 말들을 중얼거리며 정신 승리 중이랍니다."
영주의 말에 민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거 해봐야겠어요. 정신승리."
영주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네, 해봐요. 자기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능력도 우리에겐 필요하답니다."

"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을 읽으면 그 작가의 어떤 이미지가 그려져요. 예를 들면, 기차 창가 자리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같은."
"왜죠?"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여행을 좋아했으니까요. 그리고 진지하게 삶을 고민하는 작가였으니까요."
승우는 대꾸 없이 영주를 바라봤다.
"그 작가가 시시덕거리며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뒷담화하는 유의 사람은 아니었을 거라 믿어요."
"어떻게 믿어요?"
"글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 쓸모없는 생두가 하나라도 섞이는 순간 커피의 맛은 어딘지 아쉬운 맛, 부족한 맛이 된다. 원두 하나가 커피 맛 전체를 좌우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민준은 이렇게 생두를 골라 버리듯, 버려야 할 생각들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 하나가 온정신을 흩뜨려놓을 수도 있으니까.

◎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가족이 너무 끈끈해도 좋지 않다.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아직 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생각을 안고 살아가보려고요.”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본다고?”
“영주 사장님이 그랬어요.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은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보라고요. 살다 보면 그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요. 미리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결정하지 말라고요. 맞는 말 같았어요. 그래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거예요. 뭐, 대단한 걸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거리를 좀 둬보려고요. 당분간은 부모님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영주의 말처럼, 지금은 민준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50대 여자가 본인이 젊었을 때는 그저 순응하고 회생하며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젊은 사람들은 순응, 희생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엔 희망이 없어서 그럴 필요조차 못 느끼는 거라며 50대 여자를 놀라게 했다. 정말 그 정도냐며 젊은 사람들을 쳐다보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이 없다는 말이 너무 슬픈 것 같다고 50대 여자는 말했다.

“제 좌우명이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다’예요.
그게 무슨 일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으니 일희일비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삼은 거고요.“

“뿌듯함 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괴로운지 너는 모르겠지! 하루 종일 미친 듯 일해도 남는 것 하나 없는, 아니 남는 건 피로밖에 없는 삶!
느닷없는 정서의 민망한 행동에 민철이 피식 웃자 정서도 EK라 웃고는 평소 말투로 돌아왔다.
“하루를 무지 바쁘게, 무지 빡세게 보냈는데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은 기분이 싫었던 것 같아. 너는 나중에 이런 기분 느끼지 마. 뿌듯함을 느껴.”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어. 저자들이 하나같이 다 우물에 빠져봤던 사람이라는 걸. 방금 빠져나온 사람도 있고, 예전에 빠져나온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앞으로 또 우물에 빠지게 될 거라고.”
“우물에 빠졌었고, 또 앞으로 빠질 사람들의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는 거예요?”
민철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음…… 간단해.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

“가끔 그런 생각이 들거든. 아,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바람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저녁 바람만 맞으면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어 얼마나 다행인가. 지옥엔 바람이 없다는데 그럼 여기가 지옥은 아닌 듯하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

“마른 우물에서 한번 일어나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는 생각해.
한번 그래 보라는 거지.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도 모르니까 한번 해보라는 거야.
궁금하잖아. 일어나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편지가 참 이쁘다.

안녕하세요. 현승우 작가님.
휴남동 서점 이영주라고 합니다.
혹, 벌써 잊으신 건 아니죠?:)
작가님께서 쓰신 책, 찾는 독자 분이 많아요.
다시 한번,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혹 강의를 맡아주실 수 있을지 여쭙고 싶어서인데요.
저희 서점에서 글쓰기 강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매주 토요일에 8주간 진행할 예정이고요. 두 시간 강의입니다.
만약 작가님께서 맡아주신다면 강의 타이틀은 '문장 고치는 방법'으로 생각해두었는데요.
(중략)
전화로 연락드리는 게 예의이나, 불편하실지도 몰라 메일로 제안드립니다. 답메일 보내주시면, 전화드릴게요.
그럼, 작가님!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이영주 드림.

◎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조금 수월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 승우가 알기론 어떻게 어떻게 하면 사는 게 수월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는 게 힘이 드는 사람이었다. 너무 힘이 드니까 힘들지 않고 싶어 자꾸만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삶을 견디는 방법, 삶을 이어가는 방법을.

◎ 승우의 경험이 하나 알려준 건, 잘 모르겠을 때는 우선 멈추는 것이 낫다는 사실이었다. 질문해도 될지 모르겠을 때는 질문하지 말 것.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듣는 역할에 충실할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최소한 무례한 사람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그러니 너네도 너네가 뭘 할 때 즐거운지, 설레는지 꼭 찾아내야 해. 사회가 인정해주는 일보단 너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 그 일을 찾으면 사람들 말에 덜 흔들리며 살 수 있을 거야. 다들 용기 내라. 알았지?“

“대충 아무 일이나 해봤는데 의외로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
우연히 해본 일인데 문득 그 일이 평생 하고 싶어질지 누가 알아.
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그러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부터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먼저 생각해봐.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담을 억지로 만들려다 보면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 하게 돼. 내 마음을 곡해하거나 속이게 되기도 하지. 그러니 그냥 솔직하게 써. 지금 고민하고 있지? 그럼 나 지금 고민하고있다, 하고 쓰면 돼. 도대체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더더군다나 민철이는 지금 글 때문만이 아이라 인생 때문에 이 질문을 진지하게 하고 있기도 하잖아. 그러니 더더욱 조급하게 답을 내면 안 되지.”

◎ “자기랑 너는 좋은 파트너였던 것 같대. 파트너는 목표가 같을 때에만 같이 갈 수 있는 거래. 목표 때문에 서로를 곁에 두는 거라서 그렇다나. 한 사람의 목표가 바뀌었다면 어쩔 수 없이 해체할 수밖에 없었던 거래. 이건 창인이 표현이야. 해체. 자기가 널 많이 사랑했다면 널 따라나섰을 거래. 하지만 그러지 못 했던 게 미안하대. 그런데 자길 그렇게 쉽게 떠난 걸 보니 너도 자기를 그렇게 많이 사랑했던 건 아닌 것 같대. 둘 다 서로를 파트너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해체였대. 이 말을 전하고 싶다더라.”

◎ 나는 내가 바라던 어른이 되었나.
= 우리는 우리가 원하던 모습이 되었는가.

◎ “엄마가 이런 말도 하잖아요. 이루지도 못할 꿈을 좇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은 거라고요. 맞는 말이긴 하죠. 그래도, 꿈을 좇으면서 즐거울 수 있다면 좇을 만하겠죠?”

◎ “즐거움이 빠진 꿈은 저도 별로 같아요. 꿈이냐, 즐거움이냐. 하나만 택하라면 저도 즐거움! 하지만 전 아직 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기도 하거든요. 꿈 없이 사는 사람. 눈물 없이 사는 삶만큼 삭막할 것 같아요. 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기는 해요.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다.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된다.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

◎ “한버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엔 꿈을 좇는 삶을 살아보는 거죠.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삶을 살 땐 나한테 더 잘 맞았던 삶을 사는 거예요. 아주 즐겁게.”

◎ 실망해도 춤을 추자, 실패해도 춤을 추자. 실각해지지 말자. 웃자, 웃고 또 웃자.

◎ 그 사람을 사랑했어요. 제 방식으로는 분명히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보다 제가 더 소중해졌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느라 내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사랑을 포기하고 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지금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어제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내 삶의 방식을 위해서 또 사람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곁에 두기에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 료타가 삶에 그처럼 서툰 이유. 그건 물론 그 역시 처음 살아보는 삶이기 때문일 거였다. 그 역시 소설가를 꿈꿔본 것이 처음이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버림받은 것도 처음이며, 사랑하는 아들에게 변변치 않은 아빠가 된 것도 처음인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서툴게 행동하고 저렇게 서툴게 말하고 저렇게 쓸쓸해 보이는 거겠지.

◎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 “그러니까 나는 영화를 평론하는 영화평론가라는 말이야 누가 이름 붙여줄 필요 없어.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럼 된 거 아니냐. 산다는 게.”

◎ “아무렇지 않진 않았지. 그래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행동했던 것 같아. 내가 원한 순간이 내게 찾아오진 않았지만 사실 나는 그렇다고 내 인생이 실패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

◎ “주변 사람들. 내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도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줬거든. 내가 말하지 않는데도 눈치챘다는 듯 괜히 호들갑 떨며 위로나 걱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었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냥 받아들이는 느낌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애써 나를 부연 설명하거나 지금의 나를 거부하지 않게 됐던 것 같아. 나이가 드니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

“그렇다면 우리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냐?”
민준이 잔을 부딪히며 말했다.
“네가 문제지. 난 이미 좋은 사람인데.”
“그럼 됐다. 나도 태어날 때부터 좋은 사람이었거든.”


◎ 천천히 삶을 받아들일 시간, 서툴러도, 실수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게 해준 시간.

◎ 과거의 민준이 현재의 민준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민준이 과거의 민준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비로소 지금 이 삶을 완벽히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았다.

◎ 민준 씨가 나를 위해 일해줘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민준 씨 본인은 민준 씨를 위해 일한다고 여겼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어요. 그래야 민준 씨 역시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제 경험이 가르쳐준 건 이 정도예요.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 책에서 읽은 좋은 이야기들이 책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고 싶어요. 내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도 남에게 들려줄 만한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상수가 직원이 된 다음 달부터 휴남동 서점엔 작은 책장이 하나 더 생겼다. 상수가 읽는 책들만 모아둔 책장이었다. 책장 제일 위 칸엔 ‘단발머리 책벌레 상수 씨가 읽은 책들’이라고 써 놓았다. 그 옆엔 ‘손님들도 함께 읽고 상수 씨와 이야기해보세요’라고도 써놓았다. 이젠 일을 하느라 하루에 책을 한 권밖에 못 읽는다는 상수는, 그럼에도 여전히 책벌레의 본분을 다하며 손님들의 혼을 쏙 빼놓곤 했다. 휴남동 서점에 자주 오는 손님들은 이제 자연스레 영주보단 상수에게 먼저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다가오는 손님들 중엔 상수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착안해, 영주가 상수만의 코너를 만든 것이다.


☞ 유약한
☞ ex)고개를 작게 주억거렸다.
좇다:목표,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다 (≠쫓다:어떤 대상을 잡는다)
파투:깨뜨릴 ‘파(破)’ + 싸울 투(鬪) (※ '파토'는 잘못된 단어)
아리다:마음이 고통스럽다. ex)아릴 듯
파리해지다:몸이 마르고 낯빛이나 핏기가 전혀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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