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가이드책 |
묘사의 힘 |
샌드라 거스 |
추천 ●●◐○○ |
보여주기 기술과 말하기 기술의 적절한 균형
코로나가 한창 극심했던 2020년. 나는 일본 여행이 그렇게 가고 싶었다. 하지만 당연히 현실은 갈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나는 일본 여행 관련 유튜브나 글들을 보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일본에서 1년가량 머물면서 작성했었던 글들을 보게 되었다. 그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설렘? 짜릿함? 은 아직까지 잊히질 않는다. 그렇게 나는 얼굴도 모르는 한 남자의 글들을 날이 새도록 읽었었다. 그는 자신의 소소한 일본 생활을 꾸밈없이 낱낱이 적어놨었는데, 이야기 주제가 일본에서 이사한 이야기, 알바 구한 이야기, 교통사고 당한 이야기, 돈이 없어서 편의점 덮밥만 먹었던 이야기 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솔직히 내가 상상했던 일본 여행에 비해 그의 일본 삶은 터무니없이 초라했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들보다 그의 글들이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내가 그의 옆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었다. 이와 같이 내게는 내생에 처음 글을 잘 읽었다며 댓글을 통해 감사함을 표시했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글의 영향력을 제대로 실감하고 난 뒤 난 그 당시에 취미생활로 하고 있었던 내 블로그에 더 이상 함부로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뭐랄까, 책은 남들보다 꾸준히 읽는 편인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두려웠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은 내가 밤새 읽었었던 그 남자 글에 비하면 너무나도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썼다 한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완성도 전에 지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렇다.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동안 책을 안 읽은 것도 아닌데, 어찌 글쓰기 관련 책은 한 번도 읽을 생각을 못 했던 건지 참. 이제라도 ‘청암독서경진대회’를 통해 이런 책을 만나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하고 있는 바이다.
나는 책을 읽기 앞서 ‘이 책의 작가는 도대체 누구시길래 남들에게 글 쓰는 방법에 대해 친히 설명하는 책까지 쓰시게 된 걸까?’라는 궁금증이 들었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이 책의 작가는 ‘샌드라 거스’로 그는 여러 차례 자신의 쓴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던 유명한 작가일뿐더러 또한 다른 작가들의 글까지 다듬어주는 편집자였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Show, Don't tell)’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말하기’ 기술은 독자에게 일반적인 사실에 대해 설명하는 거인 반면에 ‘보여주기’ 기술은 독자가 결론을 스스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독자가 그 사건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내게 말을 참 재미있게 한다며 종종 칭찬해준 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나의 말하는 방식이 이 ‘보여주기’ 기술과 참 유사했다. 이러니 초반에는 책에 나와 있는 여러 예문들을 보며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라는 우월감에 젖은 채 오만방자하게 책을 읽었던 거 같다.
그러나 처음 등장한 연습란 부분에서 나는 금세 풀이 꺾여버리고 말았다. 작가가 책에 써놓은 예문들만 봤을 땐 그렇게 쉬워 보였던 ‘보여주기’ 기술들이 막상 예시 하나 없이 내가 직접 써보려고 하니 도통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전혀 오질 않았다.
이때부터 나는 작가가 추천한 대로 원고 하나를 미리 작성해놓고, 전보다 진지한 자세로 책 읽기에 임하기 시작했다.
우선 ‘말하기’ 기술과 ‘보여주기’ 기술이 도통 구별되지 않을 경우 글쓴이는 그 글을 보고 따라 할 수 없다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동시에 여러 ‘보여주기’ 기술들을 나열해놓았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몇 내용들을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오감을 활용하여 표현하라.
2) 인물의 행동을 작은 부분으로 쪼개어 묘사하라.
3) 감정언어를 문장의 주어로 삼고 이를 힘이 강한 동사와 짝지어준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4) 중요한 장면에서만 ‘보여주기’로 표현하라.
5) 간접화법은 작가가 독자에게 대신 ‘말하는’ 방법이니 피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내게 4번은 유독 더 와닿았었는데, 그 이유는 작가가 연달아 ‘보여주기’ 기술을 강조하길래 ‘그럼 앞으로는 ‘보여주기’ 기술을 이용해 글을 쓰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안일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책을 초반만 읽고 덮어버렸다면 아마 나는 분명 여기서 알게 된 ‘보여주기’ 기술만으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런 면에선 책을 끝까지 다 읽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글쓴이는 분명 말한다. ‘보여주기’ 기술만을 이용해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독자가 지칠 수도 있느니 중요한 장면 위주로 ‘보여주기’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가령 폭우가 내리는 상황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빗방울이 마치 채찍처럼 유리창을 후려쳤다.’고 표현하게 되면 글이 산만해질 수도 있다고 글쓴이는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글을 작성할 때는 반드시 어느 부분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인지 글쓴이가 인지하고 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담 이번에는 배경 묘사 부분에서 기억 남았던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1) 소설의 첫 장은 인물의 배경을 밝히는 데 적합하지 않다. 독자가 아직 인물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 인물이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그 즉시 독자에게 밝힐 필요는 없다. 답을 제시하는 일을 뒤로 미루고 독자의 마음에서 궁금증이 피어오르도록 만들라.
이걸 읽고 나는 왜 수많은 한국 드라마에서 그토록 주인공이 복수하는 이유를 초반부가 아닌 중반부부터 밝히는지, 왜 유튜버들의 Q&A 영상들은 대개 10만 구독자 달성 뒤에 업데이트가 되는 건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글쓰기의 순서에 따라서도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게 돼 버린 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앞부분에서 언급했었던 일본 관련 글들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글을 쓴 사람이 궁금해 그 사람이 작성한 일본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시시콜콜한 글들도 한참이나 읽었던 게 생각이 났다. 이렇듯 나의 사례만 봐도 글 하나의 파급력이 실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다.
사실 이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는 나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요량으로 이런저런 글들을 꾸준히 써왔던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글은 나만을 위한 나만 좋아하는 글에 머물러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들은 독자의 재미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말하기’ 기술로만 온통 쓰인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제껏 글쓰기 연습은 등한시했었던 나. 지금부터라도 내 글에 숨을 하나씩 하나씩 불어넣어 주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글 쓰는 솜씨를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직접 써보는 것밖에 없다고.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한다면 또다시 난 글 쓰는 것에 난항을 겪을 게 뻔하다. 그래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방법대로 처음부터 완벽하게가 아닌 전체적인 이야기를 먼저 완성하는 일에 집중해보고 생생한 산문으로 고쳐 쓰는 건 원고 전체를 살펴보며 하나씩 차근차근 시도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이 책은 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동안 나와 동행해야 하는 책이 돼버린 거나 다름없다. 그만큼 어느 것 하나 놓칠 부분이 없었던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던 책이었음에 틀림없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글 쓰는 것이 몹시 힘들고, 두려웠던 나인데, 지금은 어서 빨리 아무 글이나 써보고 싶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 싶다.
아직 글을 쓰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앞으로 쓰일 나의 글들이 얼마나 맛깔날지 기대가 된다면 나를 비웃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라고 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대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친김에 이 책을 발판 삼아 또 다른 글쓰기 관련 책도 앞으로 많이 접해볼 심산이다.
아울러 혹여나 내 주위에 매끄러운 글쓰기를 원한다거나 남들을 매료시킬만한 소설책을 쓰고 싶은 이가 있다면 주저 없이 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글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침서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감상문을 다 쓴 현재 나의 상태를 「묘사의 힘」에서 나오는
‘말하기’ 기술과 ‘보여주기’ 기술로 각각 적어보면서 글을 마쳐볼까 한다.
-말하기:나는 감상문을 다 쓴 후 만족해했다.
-보여주기:나는 마우스를 굴리며 다 쓴 감상문을 훑어보다 이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보시다시피 아직은 많이 서툴지만 모쪼록 시간 날 때마다 묘사하는 글로 써보도록 노력해야겠다.
[ MEMO ]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Show, Don't tell
◎ 글 쓰는 솜씨를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글을 직접 써보는 것뿐이다.
◎ 지금 여러분이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요약해서 '말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인물이 하는 행동을 직접 따라해보라.
따라할 수 없다면 '말하고' 있다는 뜻이다.
[ 보여주기 기술 ]
1) 오감 활용
2) 별로 중요하지 않은 행동에는
힘이 약한 동사를 써도 괜찮다.
하지만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쌓아올리고 싶은 장면에서는
힘이 강한 동사를 이용하여 인물이 걸을 때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라.
= 이야기에서 결정적인 장면들은 전부,
특히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는 장면은
반드시 '보여주어야만' 한다.
= 별로 중요하지 않고 평범한 일들에 단어를 낭비하지 말고
이를 '말하기'로 요약하여 표현하라.
3) 인물의 행동을 작게 쪼개라
: 별로 중요하지 않은 행동일 경우
포괄적인 표현으로 요약해도 좋다.
하지만
인물의 성미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같은,
인물 성격이 드러나는 행동이나 플롯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행동이라면,
작은부분으로 쪼개어 묘사하는 편이 좋다.
4) 감정언어를 문장의 주어로 삼고
이를 힘이 강한 동사와 짝지어준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안도감이 티나의 가슴에 흘러넘치며 숨이 막혀왔다.
물론 안도감이라는 단어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안도감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티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려 애썼다.
5) 인물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그 인물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보다 그 인물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6) 간접화법은 작가가 독자에게 대신 '말하는' 방법이니
피하는 것이 좋다.
[ 인물 배경 ]
◎ 소설의 첫 장은 인물의 배경을 밝히는 데 적합하지 않다.
독자가 아직 인물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물이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독자가 관심을 쏟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독자를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
◎ 과거의 정보를 늘어놓다 보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기세가 꺾인다.
◎ 인물이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그 즉시 독자에게 밝힐 필요는 없다.
답을 제시하는 일을 뒤로 미루고
독자의 마음에서 궁금증이 피어오르도록 만들라.
◎ 어떤 편집자는
작가에게
원고 첫 50쪽까지는 인물 배경을 쓰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 인물 배경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 짧게 하라.
◎ 내 소설 「그저 육체적인」에서 스턴트우먼인 주인공은
과거에 불을 이용한 스턴트를 하다가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독자에게 '말하지' 않고,
다만 불을 이용한 스턴트를 해야만 하는 현재 상황에서 그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묘사 ]
◎ 배경에 대해 그저 사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이 그 배경을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주라'.
◎ 대화 또한 배경을 묘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인물이 실제로 할 법한 말처럼 써야 한다.
독자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한 말이어서는 안 된다.
ex)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랄레는 자신을 지켜보는 호프의 시선을 느꼈다.
"집이 멋지네요." 랄레는 열의를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
"뭐랄까, 음,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여요."
"알아요, 상당히 미니멀하죠." 호프가 어깨를 으쓱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요. 게다가 집을 꾸미는 솜씨가 요리 솜시만큼 형편없거든요."
= 대화를 활용하라.
어느 경우에는 심지어 대화 안에 인물 묘사를 슬쩍 집어 넣을 수도 있다.
ex) 티나는 배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키가 훨씬 크군요."
[ 초고 ]
◎ 제임스 서버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제대로 쓰려고 하지 마라. 그저 쓰라."
원고를 처음 쓰는 초고 단계에서는 큰 그림, 즉 플롯과 인물에 초점을 맞추라.
'보여주는' 문장을 만드느라
글 쓰는 속도가 느려진다면
그냥 '말해준' 다음 그 부분을 건너뛰라.
그다음 글을 고쳐 쓰는 단계에서 원고 전체를 살펴보며
'말하기'를 '보여주기'로 고쳐 쓸 필요가 있는 곳들을 확인하라.
수많은 작가들이
우선은 이야기를 완성하는 일에 집중하고
생생한 산문으로 고쳐 쓰는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걱정하는 편이 글을 쓰기 더 쉽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필요한 말)